두 달 전, 갑작스럽게 오른쪽 무릎에 문제가 생겼다. 예상치 못한 지출을 메우기 위해 5~6일씩 강행군으로 일을 하던 때였다. 처음엔 무릎 앞쪽이 뻐근하다 싶더니 곧 안쪽까지 통증이 번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엄지발가락과 발바닥까지 저릿한 증상이 이어졌다.
병원을 찾아 X-ray를 찍어봤지만,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진단은 단순한 무릎 염좌였지만, 통증은 단순하지 않았다. 물리치료와 재활을 시작하며 한 달 넘게 쉬어야 했다. 그렇게 쉬는 동안 생각할 시간이 생겼다. 나는 왜 이렇게 내 몸을 혹사하며 살아왔을까?
열심히 살면 그게 답일까?
돌이켜 보니,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지는 내 성격이 문제였던 것 같다. 뭔가 하고 있어야만 마음이 놓였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여기에 이민자로서의 자격지심도 한몫했다. 언어가 완벽하지 못 하다고 생각해 몸으로라도 증명하려고 했던 것이다.
20~30대에는 이런 패턴이 잘 통했다. 몸이 버텨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40대 중반, 내 몸이 더 이상 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다. 작은 피로가 쉽게 누적되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통증은 "그만 좀 하라"는 몸의 외침이었는데 나는 내 몸이 하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요즘 80~90은 거뜬히 사는 세상이다. 젊다고 열심히 달리다가 일찍 가버리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이제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은 아빠처럼 살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열심히 하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나도 앞으로 10년 아니면 20년을 더 간호사로 일하게 될 지 모르지만 너무 무리하면 길게 못할지도 모른다.
건강을 챙기는 것이 잘 사는 것
간호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환자들에게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정기검진을 받으라고, 무리하지 말라고, 스트레스를 줄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정작 스스로에게는 이런 잔소리를 하지 않았고 실천도 하지 않았다.
2년 전, 심장마비로 응급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수술 후 이틀도 되지 않아 다시 일을 나갔던 나를 되돌아 보면 그저 어이가 없다. 가족과 지인들이 무리하지 말라고, 건강을 돌보라고 그렇게 말해주었는데, 나는 마치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기만 했다.
멈추고 돌아보기
머리가 나쁘면 팔다리가 고생한다더니 이번에 무릎을 다치면서 억지로 쉬게 된 덕분에 깨달았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내 몸과 마음을 돌보며 사는 것이다.
이제는 정해진 일만 하고, 일을 할 때도 필요 이상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으려고 한다. 열심히 한다는 미명 아래 내가 나를 소진시키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말이다.
아직도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내가 바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가 작게나마 위로와 공감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제라도 몸의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이고, 지금의 나를 돌보는 일을 시작하길 바란다. 당신의 삶은 충분히 소중하니까. 나처럼 바보같이 몸이 망가질 때까지 그렇게 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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