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의 간호사 여정을 회고하며, 나는 스스로를 ‘Journey Man’ 또는 철새에 비유하게 된다. 이민자로서의 삶, 그리고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상황은 나의 선택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단순히 외부 요인만은 아니었다. 한 가지를 배우고 나면 또 다른 것을 배우고 싶어지는 내 호기심이 나를 지금의 길로 이끌었다.
어떤 사람들은 평생 한 가지 분야를 깊이 파며 전문성을 키워간다. 그에 반해 나처럼 다양한 경험을 통해 넓이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옳은 길일까? 나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길에는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으니 말이다.
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생소한 환경과 낯선 언어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결국 적응하고 나서는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때로는 안정된 길을 걷는 대신,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드는 것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런 선택들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다양한 시각을 가지게 했다.
가끔 누군가 내게 묻는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요?” 그러나 그 답은 결코 다른 사람이 줄 수 없는 것임을 나는 배웠다. 결국 삶의 답은 내가 내려야 한다. 선택은 내가 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도 나 자신이다. 이민자로서, 간호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특히 간호사로서의 경험은 나에게 책임의 무게를 가르쳐 주었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나의 결정 하나가 환자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했다. 이런 경험들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고, 내 선택의 결과를 더 깊이 숙고하게 했다.
물론, 내가 내린 모든 결정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후회도 있었고, 때로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경험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도 바로 이 태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세상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고, 다른 사람들의 선택이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때도 많다. 게다가 우리는 자연과 우주의 거대한 힘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나는 내 선택을 더 가볍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고 그렇게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간호사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 “Community College를 갈 것인가 University를 갈 것인가,” “미국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내 나라에 남을 것인가,” “이 주식을 지금 사야 할까 팔아야 할까,” “집을 사야 할까 월세로 살아야 할까,” “이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 더 좋은 사람이 있을까.” 인생에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때가 무수히 찾아온다.
햄릿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했지만, 나는 이제 그 선택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 결정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삶은 짧고, 세상은 넓으며,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들과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고민하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부딪혀 보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어떤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단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내 인생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미국 워싱턴주에서 김프로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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